현관 센서등에 손을 흔들면 불이 켜집니다. 그 센서 앞을 자세히 보면 동심원 무늬가 촘촘히 새겨진 반투명 플라스틱 돔이 있습니다. 신용카드 크기의 얇은 돋보기, 무대 조명 앞의 줄무늬 렌즈, VR 헤드셋 안의 렌즈도 같은 무늬입니다.
전부 **프레넬 렌즈(Fresnel Lens)**입니다. 두꺼운 볼록렌즈를 얇은 판 한 장으로 바꾼 200년 전의 아이디어인데, 지금도 현역입니다.
💡 이 글은 광학 시리즈 3단계 광학 부품 설계의 세 번째 글입니다. 이름이 같아 헷갈리기 쉬운데, 프레넬 반사와 프레넬 렌즈는 발견자만 같고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같은 사람(오귀스탱 장 프레넬)이 남긴 두 가지 업적입니다.
💡 발상 – 렌즈에서 정작 일하는 부분은 표면뿐이다
스넬의 법칙에서 정리했듯, 빛이 꺾이는 것은 매질의 경계면에서입니다. 렌즈 내부를 지나는 동안에는 방향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렌즈 가운데의 두꺼운 살덩이는 무슨 일을 할까요? 아무 일도 하지 않습니다. 빛이 통과하는 통로일 뿐이고, 오히려 흡수 손실과 무게, 재료비만 늘립니다.
프레넬의 아이디어는 단순합니다. 곡면만 남기고 안쪽 살을 걷어내자. 걷어낸 만큼 각 구간을 평면 쪽으로 눕혀 붙이면, 두께는 얇아지고 표면의 기울기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 항목 | 평볼록 구면렌즈 | 프레넬 렌즈 |
|---|---|---|
| 중심 두께 | 약 15.7mm | 약 6.7mm (3mm 판 + 홈 깊이) |
| 무게 (PMMA 기준) | 약 84g | 약 28g |
| 구경 확대 시 | 두께가 급격히 증가 | 거의 그대로 |
📌 PMMA(n=1.49), 초점거리 200mm, 구경 100mm 조건으로 Python 계산한 값입니다. 구면렌즈 sag는 R = f(n−1) = 98mm에서 구했고, 무게는 밀도 1.19g/cm³로 환산했습니다. 실제 제품은 베이스 두께와 형상에 따라 달라집니다.
구경이 커질수록 차이가 극적으로 벌어집니다. 같은 조건에서 구경 50mm일 때 sag는 3.24mm지만, 150mm에서는 34.92mm로 커집니다. 등대처럼 큰 렌즈에 구면을 쓸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1822년, 등대에서 시작됐다
프레넬은 1819년 프랑스 등대위원회에 합류해, 당시 등대가 쓰던 무거운 포물면 반사경의 한계를 개선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1822년, 동심원 프리즘을 계단식으로 배열한 렌즈 설계를 완성했습니다.
그는 하나의 렌즈가 아니라 크기별 렌즈 가족을 설계했습니다. 등대의 중요도와 요구되는 시인 거리에 맞춰 등급(Order)을 나눈 것입니다.
| 등급 | 초점거리 | 주 용도 |
|---|---|---|
| 1등급 | 920mm | 주요 해안 등대 (가장 크고 강함) |
| 6등급 | 150mm | 작은 항만·하천 |
등급을 정하는 기준은 광원 중심에서 프리즘 안쪽 면까지의 거리, 즉 초점거리입니다. 1등급 렌즈는 높이가 3.6m를 넘고 무게가 1톤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1860년대에는 미국의 모든 등대가 프레넬 렌즈를 갖췄습니다.
💡 이 등급 용어는 지금도 씁니다. 박물관 전시나 LED로 교체된 현대 등대를 설명할 때도 “3등급 렌즈”처럼 같은 분류를 사용합니다.
📐 설계의 핵심 – 홈 경사각은 어떻게 정할까
프레넬 렌즈 설계의 본질은 **”반경 r 위치의 홈을 몇 도로 깎을 것인가”**입니다. 이것도 스넬의 법칙으로 바로 풀립니다.
평행광이 들어와 초점 f에 모이려면, 반경 r 위치에서 빛을 아래 각도만큼 꺾어야 합니다.
필요 편향각 θ = arctan(r / f)
홈 경사각 α 는 다음 식을 만족해야 합니다.
n · sin(α) = sin(α + θ)
n : 렌즈 재질의 굴절률 (PMMA = 1.49)
이 식은 손으로 정리되지 않아 수치해석으로 풉니다. f=200mm, PMMA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렇습니다.

| 반경 | 필요 편향각 | 홈 경사각 |
|---|---|---|
| 10mm | 2.86° | 5.80° |
| 20mm | 5.71° | 11.37° |
| 30mm | 8.53° | 16.49° |
| 40mm | 11.31° | 21.06° |
| 50mm | 14.04° | 25.01° |
중심 부근은 거의 평평하고, 가장자리로 갈수록 가파르게 깎입니다. 프레넬 렌즈의 동심원 무늬가 바깥쪽일수록 진하게 보이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 홈 피치와 홈 깊이
홈을 몇 개로 나눌지(피치)를 정하면 홈 깊이가 따라 결정됩니다.
홈 깊이 = 피치 × tan(홈 경사각)
| 피치 | 반경 25mm 위치 | 반경 50mm 위치 |
|---|---|---|
| 0.1mm | 약 25㎛ | 약 47㎛ |
| 0.3mm | 약 75㎛ | 약 140㎛ |
| 0.5mm | 약 125㎛ | 약 233㎛ |
| 1.0mm | 약 249㎛ | 약 467㎛ |
피치를 촘촘하게 하면 렌즈가 얇아지고 무늬가 덜 보이지만, 가공은 어려워집니다. 상용 제품에서는 대구경 렌즈에 0.1mm대 피치를 쓰는 사례가 있습니다.
⚠️ 프레넬 렌즈의 근본적 한계 – draft면
프레넬 렌즈는 공짜가 아닙니다. 가장 큰 손실원이 **draft면(이형 경사면)**입니다.
홈 하나는 빛을 꺾는 슬로프면과, 다음 홈으로 떨어지는 draft면 두 개로 이뤄집니다. 이론적으로 draft면은 광축과 평행(0°)이어야 손실이 없지만, 그러면 금형에서 렌즈를 빼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1~3° 정도 기울입니다.

기울인 draft면은 옆 홈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그 영역의 빛은 엉뚱한 방향으로 굴절됩니다. 반경 50mm(홈 경사 25°) 위치에서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 draft 각도 | 그림자 면적비 |
|---|---|
| 1° | 약 0.8% |
| 2° | 약 1.6% |
| 3° | 약 2.5% |
⚠️ 위 표는 단순 기하 모델입니다. 실제로는 홈 꼭짓점 라운드(금형 가공 한계), 회절, 산란까지 더해집니다. 다만 draft면을 줄일수록 좋지만 제조 제약상 0으로는 만들 수 없다는 점은 실제 광학 설계 자료에서도 지적되는 한계입니다.
그럼에도 전체 성능은 나쁘지 않습니다. f-number 1.0인 집광용 프레넬 렌즈의 이론 투과율은 80%를 넘는다고 보고됩니다. 여기에 프레넬 반사에 의한 표면 손실(PMMA 양면 약 7.5%)도 함께 작용합니다.
결상용으로는 쓰기 어렵다
프레넬 렌즈는 집광과 배광에는 훌륭하지만, 선명한 상을 맺는 용도로는 부적합합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 홈 경계마다 불연속이 생겨 산란과 회절이 일어납니다.
- draft면을 지난 빛이 미광(스트레이 라이트)이 되어 대비를 떨어뜨립니다.
- 홈 무늬 자체가 이미지에 동심원 패턴으로 보입니다.
VR 헤드셋에 프레넬 렌즈를 쓰면 화면에 동심원 줄무늬가 비치거나 밝은 화면에서 빛번짐이 생기는 현상이 보고되는 이유입니다.
🛠️ 어디에 쓰일까

1. PIR 인체감지 센서
가장 흔히 보는 용도입니다. 얇은 플라스틱 시트에 작은 렌즈(렌즐릿) 여러 개를 성형하고, 이를 곡면으로 구부려 센서를 감쌉니다. 렌즈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방향의 적외선을 센서로 모으기 때문에, 감지 구역을 여러 개로 나눠 설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구역 경계를 지날 때 신호 변화가 커져 검출률이 올라갑니다.
2. 집광 – 조명과 태양광
LED나 태양광처럼 퍼지는 빛을 평행광이나 한 점으로 모읍니다. 구면렌즈로는 불가능한 대구경을 얇게 만들 수 있어, 태양광 집광 발전과 무대 조명에 쓰입니다.
3. 신호등·등대·후미등
원조 용도의 연장선입니다. 넓은 각도의 빛을 원하는 방향으로 모으면서 기구 두께를 줄여야 하는 곳입니다.
4. VR 헤드셋·프로젝터
짧은 거리에서 큰 화면을 만들어야 할 때 초단 초점거리가 필요한데, 구면렌즈로는 두꺼워집니다. 화질 저하를 감수하고 두께를 택하는 경우입니다.
💡 공통점이 보이시나요? 전부 “두께나 무게를 줄여야 하고, 정밀한 상은 필요 없는” 용도입니다. 이 조건에 맞으면 프레넬 렌즈가 거의 항상 정답입니다.
❓ 자주 하는 오해 3가지
오해 1. “프레넬 렌즈와 프레넬 반사는 같은 이야기다” → 이름만 같습니다. 프레넬 반사는 경계면에서 빛이 얼마나 반사되는지를 다루는 현상이고, 프레넬 렌즈는 렌즈의 구조 방식입니다. 같은 사람이 남긴 별개의 업적입니다.
오해 2. “얇으니까 손실이 적어 더 밝다” → 재료 흡수는 줄지만 draft면 그림자, 홈 꼭짓점 산란, 회절이 새로 생깁니다. 같은 조건의 구면렌즈보다 투과 효율은 보통 낮습니다. 프레넬 렌즈를 쓰는 이유는 밝기가 아니라 두께와 대구경 구현입니다.
오해 3. “홈이 촘촘할수록 무조건 좋다” → 피치를 줄이면 무늬는 덜 보이지만, 꼭짓점 라운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커져 손실이 늘고 금형 가공비도 오릅니다. 용도에 맞는 적정 피치가 있습니다.
✅ 한눈에 정리
| 항목 | 핵심 내용 |
|---|---|
| 발상 | 굴절은 표면에서만 일어나므로 내부 살을 걷어낸다 |
| 역사 | 1822년 오귀스탱 장 프레넬, 등대용으로 개발 |
| 등급(Order) | 초점거리 기준. 1등급 920mm ~ 6등급 150mm |
| 홈 경사각 | n·sin(α) = sin(α + θ), θ = arctan(r/f) |
| 경사각 경향 | 중심은 평평, 가장자리로 갈수록 가파름 |
| 홈 깊이 | 피치 × tan(홈 경사각) |
| 최대 약점 | draft면 그림자 (1~3°에서 약 0.8~2.5%) |
| 투과율 | f/1.0 집광용 이론값 80% 초과 보고 |
| 적합 용도 | 집광·배광 (PIR, 조명, 등대, 태양광) |
| 부적합 용도 | 정밀 결상 (카메라 등) |
🎯 오늘 바로 확인해볼 것
- 집이나 사무실의 센서등·인체감지 센서 커버를 밝은 곳에서 비스듬히 비춰보세요. 작은 렌즈들이 격자로 배열된 구조가 보입니다.
- 가지고 계신 프레넬 돋보기가 있다면, 중심부와 가장자리의 무늬 간격과 진하기를 비교해보세요. 위 표의 경사각 변화가 눈으로 확인됩니다.
- 집광 설계를 검토 중이라면 홈 피치와 draft각을 공급사에 먼저 문의하세요. 두 값이 효율과 무늬 가시성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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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넬의 법칙 완벽정리 – 빛은 왜 꺾일까? — 이 글의 홈 경사각 공식이 그대로 여기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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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광판(LGP) 원리와 도트 패턴 설계 기초 — 같은 3단계 광학 부품. 미세 구조로 빛의 방향을 제어한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 🌫️ 확산판 재질 비교 완벽정리 – PMMA·PC·PET와 Haze — 빛을 모으는 프레넬 렌즈와 정반대로, 빛을 흩뜨리는 부품입니다. PMMA 투과율 92%의 근거도 같은 계산에서 나옵니다.
*다음 글에서는 **프리즘시트(BEF)와 반사편광필름(DBEF)*을 다룹니다. 확산으로 흩뜨린 빛을 다시 정면으로 모아 밝기를 되찾는 원리를 정리하겠습니다.
저는 과거 낡은 안경을 고쳐 쓸 때 렌즈를 교체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이 원리를 생각해보면 복잡한 도구 없이도 일상 속에서 빛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